미술관에서 돌아오는 길
가던 길과는 다른 다리를 건너
강변길로 접어드는데
청명한 날씨 때문이었는지
'너무 좋다 좋다'하며 아내의 텐션이 급격히 올라갑니다^^
그 텐션을 좀 눌렀어야 했는데...
잠시 이렇게 강변 사진을 찍는 남편 모습을 한 컷 찍고는
하염없이 홀로 가버린 아내!
제 자리에 서서 기다리길 30여분
길도 모르면서, 게다가 호텔이 저 앞인데 엉뚱한 강변 따라가진 않았겠지?
그럼 무슨 산책을 이렇게 혼자? 어... 길을 잃었나?
걱정이 슬슬 찾아오는데 저 앞에서 투덜거리며 걸어오는 게 보입니다~
끝까지 가서 기다리는데 왜 안오냡니다.
거긴 호텔 가는 방향이 아닌데 왜 혼자 끝까지 가서 기다리냐니까
호텔 가는 길인 줄 알았답니다!
길치에 겁까지 많아 어딜 가든 남편 옆 착 붙어 다니는 아내인데
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ㅋㅋ
암커나 그 바람에
찍어 두었던 미소 라멘집과 다른 라멘 후보들도 모두 브레이크 타임에 들어가고
그나마 종일 영업인 잇푸도에서 가까스로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~^^
아내의 초이스대로
돈코츠 베이스에 빨간 미소를 얹은 아카마루를 먹었어야 했는데
매운맛이 그리워 카라카멘을 시켰더니
그 매운맛이 제 취향은 아닙니다~
그래도 정말 끝내주는 잇푸도의 차항 덕분에 아쉬움 달랠 맛난 점심 먹었네요
도쿄의 편집샵이나 린넨샵등을 그리워하는
아내를 위해
몰래 서치 해 둔 곳이 있었습니다
평화공원 가는 강변의 허름한 사무실 건물들 중 하나에
마치 도쿄 yaeca나 오사카의 naniIRO처럼
'잘 찾아온 게 맞나?' 할 정도로
의외의 건물 계단을 걸어 올라
허름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반전의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었습니다!
R&D나 꼼데 등 상당히 많은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었는데
그 멋진 공간도 인상적이었지만
이 샵의 오너분과 스탭분의 환대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~
잠시 둘러보고 있는데,
히로시마 분이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 하니
물개 박수를 치며 반가워하시던 오너분과
그 옆에서
한국이 좋아 대학 클래스에서 한국어를 좀 배웠다며
부끄러워하며 한국말 건네 보시던 이쁜 스태프 분~
히로시마에서 이런 친절함과 유쾌함 넘치는 분들을 만나고 나니
이 도시가 한층 더 좋아지더군요^^
다만
사전 정보나 준비 없이 간 탓인지
암 것도 못 사고 나온 아내는 한참을 아쉬워합니다
히로시마에서 돌아오자마자
다음 여행은 또 히로시마로 가고 싶다 합니다
도쿄나 센다이 가지 왠 바로 또 히로시마냐고 물으니
이곳에서 꼭 옷 하나는 사고 싶어서라고 하더군요 ㅎㅎㅎ
그렇게 한국인이라 환대받는
유쾌한 경험을 하고 나서
평화공원과 원폭돔까지 걸었습니다~
사실 히로시마에 와서야
원폭이 떨어졌던 게 아침 8시 15분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
그 시간이 출근 시간, 등교 시간이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!
그리곤 그 비극을 마주 하기가 힘들더군요
오전에 미술관에서 그날에 대한 기록과 작품들을 보고 온 터라 더했습니다
그저 잠잠히 걷고 스치듯 볼 뿐이었습니다!
돌아오던 길
퇴근 후 직장인들로 붐비던 모습이 참 예뻐서 찍어 본 교자집
그리고 혹시나 하고 슬쩍 다시 한번 들러 본 돈키호테에
그렇게 찾았던 요이치가!!!
최근 하이볼을 좋아하기 시작한 딸들을 위해
위스키 좀 사가야겠다 맘먹고 왔었는데
찍어 둔 이 아이가 보이지 않아 막 포기하려던 참이었습니다!
결국 이 요이치와 함께 산토리 올드 한 병까지 구매해 왔는데,
젊었던 시절 출장 다닐 때를 제외하곤
20년 넘는 기간의 여행에서
단 한 번도 술이나 담배를 사 온 적이 없었으니
이번에 그 기록을 바꾼 셈입니다^^
덕분에 요즘
딸 둘과 하이볼을 만들어 먹습니다!
호텔 라운지 스낵 코너에 있는 음료인데
이게 뭘까 너무 궁금해서 결국 한잔 제조해 마셨습니다!
아.. 뜻밖의 그 청량함이란!!
돌아오고 나서 가끔 생각납니다 ㅋㅋ
한국에서 철수한 게 너무너무 아쉬운 체인 중 하나인
마루가제세이멘에서 우동으로 간단한 저녁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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