직장생활 3년차쯤 접어들 무렵
이제 막 데이트를 시작한 그녀와 함께
광릉 수목원에 갔습니다.
나만큼 걷는 거 좋아한다기에
수목원 길을 점심도 굶어가며 걸었지요
한여름, 흐르는 땀 연신 훔쳐내며
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수목원을 나왔는데
의정부 가는 몇대 안되는 버스가 방금 지나간 모양입니다
그늘 없는 정류장에 둘이 1시간 가까이 앉아있는데
빤지르르한 승용차들이 흙먼지 뿜어대며 지나갑니다
에어컨 빵빵한 자가용 탄 젊은 연인들의 눈길이
자꾸 길가에 앉아있는 저희들에게 꽂히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
버스와 기차 또 버스
몇번을 갈아타고 밤이 되어서야
그녀의 집 앞에 올 수 있었습니다
"힘들었지?"
"아니요... 오늘 재미있었어요~"
그녀는 그리 이야기했지만
밤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
다음 날
아버지와 대면을 했지요
"제가 반 이상 돈을 부담할터이니 저희 이제 차 한대 사지요~"
그리하여 차 없이 지냈던 우리 집에 드디어 하얀색 엑셀이 생겼습니다
차를 인도 받은 이후로
그녀와의 데이트는 풍요로웠습니다
사실 그녀는 걷는 것 보다 차 타고 다니는 걸 더 좋아했더라구요
말 안해서 몰랐지만....^^
그녀와
20년만에 다시 그 곳을 갔습니다
PENTAX istD & DA 50-135mm